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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

대한민국이 220V를 사용하게 된 계기 승압사업

by ★★★★☆ 2022. 8. 10.

하루에 절반은 나와 함께 하는 스마트폰. 더운 여름 우리에게 시원함을 선물하고 있는 에어컨. 음식 하는 냉장고, 어두운 밤 환하게 밝혀주는 전등의 공통점은 모두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인데요. 돼지코 모양을 닮은 동그란 구멍 두 개에 플러그를 꽂으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이렇게 생긴 220V를 사용하게 된 것일까요?

 

승압사업 대한민국이 220V를 채택하게 된 이유

전기는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가끔은 속세를 떠나 멍하게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평생 전기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오늘은 전기와 관련된 이야기 중 대한민국이 현재 사용하는 220V와 관련된 사건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일정과 환전도 중요하지만 전자제품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나라별 전기 콘센트와 플러그 모양과 전압 주파수에 대해 알고 가야 합니다. 모든 나라가 우리와 같은 모양의 콘센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현재 110V를 사용하는 일본, 미국, 캐나다, 중미, 남미, 아시아 일부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의 대부분은 220V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110V와 220V만 있는 것은 아니고 117, 230, 240 이렇게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합니다. 그럼 둘 중에 뭐가 더 좋냐라고 묻는다면 220V가 전체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비교를 위해 표를 준비했습니다.

 

 

110V와 220V의 장단점
● 110V: 전압이 낮기에 감전되더라도 치명상을 입을 확률이 낮다. 하지만 A, B타입의 콘센트는 플러그가 쉽게 빠질 수 있고 느슨하더라도 작동이 되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성은 더 높을 수 있다.
● 220V: 전압이 높기 때문에 송전 중 전력 손실이 줄어들어 정전 확률도 줄어들고 전기료가 낮아진다. 또한 과부하나 화재에 대한 위험성 역시 낮다. 감전될 경우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접지와 플러그 앞 핀 부분에 절연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처음부터 220V를 사용하거나 승압사업 시도한 나라들이 있는데요. 대한민국은 110V에서 220V로 교체한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입니다.

 

1980년대 어쩌면 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집에서 (l l) 모양의 콘센트를 본 적 있으실 거예요.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전부터 일본과 미국의 영향을 받아 가정에서는 100V, 공장 등에서는 200V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경제가 발달하기 시작하며 많은 공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가정에서는 각종 전자제품들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전기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게 되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100V는 전선에서 낭비되는 전력이 너무 많아 효율적이지 못한 단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어떤 인물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인물은 故한만춘(이공대학장, 연세대 명예교수) 교수입니다.

 

1968년 한국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가 창간한 월간 과학기술 종합지 '과학과 기술'에 기고한 '배전 승압의 경제성'이라는 이론에 의해 220V로 승압에 대한 관심이 쏠리게 됩니다.

 

승압이란 전압을 높인다는 뜻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물로 예시를 준비했습니다.

 

요즘은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집을 구할 때 물을 틀어서 물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 체크하는 것은 필수였는데요. 이것을 수압이라고 해요. 물의 압력을 말하는 것인데 높을 경우 콸콸 힘차게 나오지만 수압이 낮으면 조르르 힘없이 약하게 나오죠.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압력을 높이면 저항으로 인한 전기의 손실도 막을 수 있거든요.

 

한만춘 교수는 '배전 승압의 경제성'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전자제품의 전압을 2배로 올릴 경우 소비되는 전류는 반으로 줄고 전선에서 낭비되는 전기도 줄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 등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유럽이나 다른 대륙의 국가들은 이미 220V를 표준전압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조사를 통해 책에 담았습니다. 

 

정부는 자신들의 고민과 일치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정부는 승인했고, 1973년 승압사업을 시작해 32년간 작업 끝에 2005년 전국 모든 가정에 220V가 보급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죠.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전체 가구의 90%가 완성된 시점이 1995년이었습니다.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노후화가 되어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 자지체 별로 했기 때문에 중구난방인 점도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110V가전이 주를 이뤘던 80, 90년대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버릴 수도 없었끼 때문에 반대하는 경우 있었습니다.

 

한 번에 모두 바꿔버리면 큰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래서 110V → 110/220V 겸용 → 220V로 점차 바꾸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런 중간 과정이 있었기에 큰 반발 없이 진행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이 기간 동안 제조업체는 220V 제품을 개발하는데 협조했고 정부, 한전, 제조사는 110V 기기의 개조, 교환, 강압기 지급 등에 대한 보상도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사람들은 일부였다고 하죠.

 

이런 과정을 통해 승압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원래 목표는 10년으로 1982년에 끝낼 예정이었지만 전력망을 모두 갈아야 했기에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승압사업에 누적 투자비는 1조 4천억 원, 투입 인원은 32년간 757만 명입니다. 한전은 2005년 11월 4일 이 사업의 종료를 알리는 기념식을 열기도 했습니다.

 

정말 엄청나죠?

 

 

승압 사업을 제안한 한만춘 교수님이 이 모든 과정을 봤으면 좋겠지만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1984년 작고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 유공자가 되었습니다.

 

사업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이것을 승인해 사업을 계획한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각 가정과 상가 등지에 많은 전자제품과 전기가 보급되기 전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남미 등은 아직도 100, 110, 117, 120V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220V가 훨씬 효율적인 것은 알고 있지만 각 가정마다 몇십 개씩 있는 가전제품을 모두 바꾸고 교체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죠. 기술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32년 걸렸으니 훨씬 더 크고 가구도 많은 나라들은 얼마나 걸릴지 얼마가 들어갈지 예상하기 쉽지도 않네요.

 

처음부터 유럽처럼 220V을 사용하거나 우리나라처럼 일찍 바꿨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도 미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해있던 시기라 쉽지 않았을 거예요.

 

사실 일본과 미국은 110V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세탁실, 조리-주방기구가 있는 곳에는 220V가 있기도 합니다. 

 

다시 우리나라 이야기로 돌아와서, 승압사업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의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대한민국이 220V로 승압을 하게 된 이유를 비관세 무역장벽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다시 말하면 밀수, 불법 유통, 해외 직구 등을 막고 국내 가전 사업을 육성하기 위함이라는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전압 100V에 주파수 60Hz를 사용했었습니다. 지금은 220V, 60Hz를 사용 중이고요.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220-240V, 50Hz를 사용 중이고, 미국과 일본, 남미는 100-127V, 60Hz(동일본 50Hz)를 사용 중입니다.

 

당시에는 가전 하면 미국과 일본이 최고였습니다. 미제, 일제로 부르며 여행이나 출장에서 돌아올 때나 뒤에서 몰래 들여온 제품들이 판을 쳤다고 하는데요. 이것을 위해 승압 작업을 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여기에 1조(당시에는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은 몰랐을 수도)를 태운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입니다.

 

그게 진짜인지는 당시 사업을 결정한 대통령만이 알고 있겠죠?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일부이기에 논란이 될 정도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 손실률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손실이 줄어들면 전기요금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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